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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
정신건강의학과와 식이장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이라면 식사, 잠, 성욕을 들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본능인 식사에 왜 이상이 올까요?
식사는 배고픔 중추와 포만 중추에 의해 조율되는 생물학적 현상인 동시에, 우리의 마음이 투영되는 심리적인 현상입니다.
우리는 배고픔에 힘들어하고, 배부름에 느긋해하지만, 동시에 맘이 상하면 토라져 밥을 안 먹기도 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고 날씬함에 대한 맹목적인 추구가 더해지면서, 날씬한 여성이 성공적이고, 자신감 넘치고, 완전한 여성이라는 생각으로 먹는 것에 대한 태도는 좀 더 복잡해지게 되었다.
식이의 태도는 생물학적이고, 심리적이며, 사회적 영향인 것이다.

이런 고민 없이 단순히 살만 빼면 된다는 생각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무조건 먹는 것을 제한함으로써 생리적으로나 감정적으로 혹은 인지적으로 먹는 것에 대한 갈망이 높아져 결국은 억제할 수 없는 폭식이 나타나게 되지요.
이렇게 폭식이 일어나면 이로 인한 죄책감이나 살찔 것에 대한 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되어, 폭식으로 인해 살이 찌는 효과를 상쇄시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먹은 것을 제거하려고 하게 됩니다. 심한 운동이나, 구토, 설사제의 사용 등이 그것이지요.
그러나 그 제거 행동의 결과는 자신이 조절하지 못했다는 느낌이나 실패를 했다는 죄책감이나 무능감을 강화시키고, 자존심을 더욱 낮추어서 이상 식사행동이 악순환 됩니다. 따라서 무모한 다이어트와 실패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자존감, 자기 확신에 대한 문제의 치료와 더 나아가서는 각종 대인관계상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식이장애에 정신건강의학과의 치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비만과 다이어트
현대인은 자신의 몸매에 대해 과거보다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영양이 모자라던 시대에서 영양과잉의 시대가 되고,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게 되면서 몸매도 중요한 경쟁요인이 되었으며, 수명이 늘어나면서 감염병보다는 성인병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 되었습니다. 미국 정부는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건강의 적으로 비만을 지목하였지요.

비만의 원인은 과식, 잘못된 식사방법, 운동부족, 유전적인 요인, 그 외에도 호르몬이상이나 약물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습니다.

비만이란 비정상적으로 체지방이 증가한 경우를 말하므로 체지방의 양을 측정하는 방법으로 비만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 : BMI)와 허리둘레를 비만의 지표로 가장 흔히 사용하고 있습니다.
BMI판정건강상태
18.5 이하저체중감염성질환, 영양관련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음
(탈모, 골다공증, 월경이상, 피부노화, 의욕저하 등)
18.5~22.9정상질병의 발병률이 가장 낮은 이상 범위
23~24.9과체중건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
25~29.4비만성인병 발병 위험률 증가
사망률 증가
30이상고도 비만
비만인 사람이 자신의 체중을 적절하게 조절하려는 시도는 바람직해 보입니다. 그러나 체중을 조절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닙니다. 지나치게 짧은 시간동안 많은 체중을 줄이려는 생각은 성공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더구나 비만이 아닌 정상범위의 사람이 지나친 다이어트를 할 때, 그 부작용은 한층 위험해집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자신의 몸매에 대한 불만족을 조사했을 때 85%의 여성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하였습니다. 이는 많은 경우 정상범위의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정상 체중인 사람이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는 비만한 사람에서 와는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이는 케이스(Keys)의 연구를 통해 잘 나타났는데요. 이 연구에서는 심한 다이어트로 인한 다양한 심리-성격적인 변화, 행동상의 변화 및 신체적인 문제 등과 소위 식사 장애 환자들에게서 볼 수 있는 이상 식사행동 등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욱이 정상 체중의 여성에서 흔히 시작하는 다이어트는 많은 부정적인 심리적 문제를 야기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청소년기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이어트는 체중 자체의 효과와는 상관없이 실패감, 낮은 자존심, 우울 증상 등과 상관이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러한 심리적인 문제 이외에도 다이어트 자체가 거식증이나 폭식증과 같은 식사장애의 유발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어, 정상인에서의 다이어트를 비롯한 체중조절은 제한되어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입니다.

1992년 미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에서 ‘의도적인 체중감소와 조절에 대한 방법’이라는 보고서 내용을 보면, 이러한 다양한 체중 감소 방법에 의해 평균 10% 정도의 체중 감소 효과를 거두나 1년 안에 1/3~2/3가 체중이 다시 증가하였고 5년안에는 거의 대부분(95%정도)에서 원래의 체중보다 더 증가한다고 보고하고 있다. 따라서 비만한 사람에서의 체중조절의 문제는 일시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단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일생동안 지속해야 할 장기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보고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있어 체중 감소 및 조절의 기본 원칙은 생활 방식, 행동 습관 및 식사 습관에 있어 일생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폭식증이란 무엇입니까?
폭식증은 신경성 대식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첫째, 많은 양의 음식 섭취와 둘째, 먹는 것에 대한 조절 상실감이 특징입니다.
이런 폭식이 일주일에 2번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면 폭식이라 할 수 있지요.

일반적으로 폭식의 기준은
  1. 음식을 계획한 양보다 많이 먹는다
  2. 음식을 먹고 죄책감을 느끼거나 후회를 한다
  3. 음식을 신체적으로 불편한 정도로 먹는다
  4. 음식을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는다
  5.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부끄러워 숨어서 먹게 된다
이 중 3개 이상이 해당되면 폭식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폭식을 하는 첫 순간에 느끼는 기분은 즐거움이지요. 그러나 이런 기분은 오래 지속되지 않습니다. 많은 음식을 섭취함에 따라 기분은 혐오감으로 바뀌게 되고, 폭식을 멈출 수 없어 극도로 불쾌하게 느끼기도 합니다.
일단 폭식의 늪에 빠지면 그것을 헤어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우며, 폭식이 시작되면 건강한 체중조절은 불가능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폭식을 하게되면 살이 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먹은 것에 대한 보상행동을 하게 됩니다. 즉 먹은 것을 의도적으로 구토를 한다든지, 이뇨제나 설사제를 복용하거나, 심한 운동을 하는 소위 제거행동을 하는 것이지요. 오히려 구토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은 폭식을 더 하게 만듭니다. 폭식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많은 경우 토할 수 있을 때만 폭식을 하거나 토한다는 생각을 먼저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하기 때문에 폭식을 하게 됩니다. 물론 폭식은 또 다시 제거행동을 하게 하지요. 그러면 폭식-구토-굶기-폭식-구토-굶기 와 같은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원래의 정상적인 식사는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 배가 부르면 그만 먹게 됩니다. 그런데 폭식증에서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많은 식사를 하고,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배가 불러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고 허기지는 이상한 상태가 됩니다. 그러면서도 폭식증에서 벗어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폭식이 마음을 달래거나,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가장 강력하면서도 유일한 방법이 되어 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폭식은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요?
폭식이 시작되면 제대로 된 체중조절은 물 건너 간 것이라 보면 됩니다. 먹는 것이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 체중조절이 가능하겠습니까?
앞에서 이야기 한 것처럼 폭식하면 제거행동(예, 구토)을 하게 되고, 그러면 후회하면서 음식을 제한하고, 또 반동으로 폭식하고........
따라서 폭식을 조절하는 것을 대단히 힘듭니다. 더구나 폭식자체를 조절하려면 초인적인 노력이 필요하게 되는데, 대개 폭식의 충동 앞에서는 그런 노력이 너무나 무력하게 허물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폭식 자체를 조절하기 보다는 폭식이 일어나는 선행요인을 조절하는 것이 폭식을 이겨내는데 우선이 됩니다.

이에 필요한 것이 강제식사(forced diet)입니다. 강제식사라고 하니 거부감이 생길 수 있는데 규칙적인 식사라고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강제식사란 배고픔과 배부름에 관계없이 정해진 양의 음식을 정해진 시간에 무조건 먹는 것을 의미합니다.
강제식사의 첫 번째 목적은 먹지 않을려고 하다가(제한) 엄청나게 먹게 되므로(폭식) 꾸준하게 적당히 먹어(강제식사) 폭식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강제식사를 통해 포만감과 만족감을 제공해 줌으로써 음식에 대한 욕구를 줄여 주자는 것이지요.
두 번째 목적은 배고픔과 배부름을 다시 훈련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멈출 수 있도록 서서히 훈련하는 것이지요.
세 번째는 생리적인 배고픔과 감정적인 배고픔을 구분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음식으로 마음을 달래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것을 중단시키려는 노력과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자체를 해결해 나가려는 노력과, 음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감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 외에도 폭식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는 약물, 즉 항폭식제를 복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원래는 항우울제로 개발이 되었던 소위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재(SSRI)가 항폭식효과를 가집니다.

임상실제에서는 약물치료와 강제식사 그리고 면담치료가 병행될 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거식증은 무엇입니까?
“K양은 오늘도 식사시간에 부모님과 전쟁을 치뤘다. 18세의 K양은 163cm의 키에 36kg이다. 그러나 K양은 아랫배가 나와 살을 빼야 한다며 하루에 죽 2공기만을 나누어 먹고 하루 종일 앉아 있지 않고 운동을 한다. 옆에서 저러다가 쓰러질까 걱정이 되어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듣지 않고 체중이 점점 낮아져도 만족할 줄 모른다.”
이렇듯 거식증은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단적인 체중감소가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거식증은 ‘신경성 식욕부진증’ 이라고도 부르는데, 이들은 체중증가에 대해 지나친 공포가 있으며 따라서 마르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집착합니다. 이들은 적은 체중 변화에도 아주 민감해서 이전에 약간 헐렁했던 옷이 몸에 딱 맞는다는 느낌만 있어도 체중이 증가했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이들에게는 성장이나 임신으로 늘어나는 정상적인 체중 증가조차도 두려움을 느껴 더욱 더 철저하고 심한 식사 제한을 유도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전체적으로 살이 쪘다고 느끼는 반면, 어떤 이들은 자신이 마르기는 하지만 복부나 둔부, 넓적다리 같은 부위가 너무 살이 쪘다고 걱정하지요. 이들은 신체의 크기나 체중을 측정하는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고 있어, 지나치게 자주 체중을 측정하며 신체의 일부분을 강박적으로 측정하며 끊임없이 거울을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이 환자들은 체중과 체형에 의해 자존심이 크게 좌우되는데 체중감소는 탁월한 성취와 뛰어난 자기통제의 상징으로, 체중증가는 용납할 수 없는 자기조절의 실패로 받아들입니다. 이들은 극단적으로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올 수 있는 심각한 내과적 문제를 부정합니다. 체중감소는 주로 전체 음식 섭취량을 줄임으로써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칼로리가 높다고 생각되는 음식부터 제한하지만 결국에는 몇 가지 음식을 빼놓고는 거의 먹지 않는 극단적인 식사 제한을 합니다. 여기에 더해 구토를 유발하거나 하제나 이뇨제를 남용하거나 지나친 운동을 함으로써 체중을 감소시킵니다. 무월경은 거식증의 생리학적 기능부전의 지표로 간주되고 있는데 대개는 체중감소의 결과로 나타납니다. 자신이 직접 치료를 희망하여 찾아오는 경우는 드물고 거의 대부분은 너무 말라서 식구들에 의해 병원을 찾아오게 되지요. 90% 이상이 여성에서 발병하며, 평균 발병연령은 만 17세 정도이며, 40세 이상에서는 드물지요. 이병은 종종 대학을 진학하기 위하여 집을 떠나는 것과 같은 압박감을 주는 생활사건과 관련될 수 있습니다. 거식증은 식사장애일 뿐만 아니라 심한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므로 전문가와의 의논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