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증은 기분이 들뜬다는 의미의 조증과 우울하다는 의미의 울증이 합쳐져서 조울증이란 말이 되었습니다. 의학적 용어로는 양극성장애라고 부릅니다. 이 역시 들뜨고 우울한 양쪽의 기분이 나타난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들뜨고 우울한 기분이 반드시 교대로 나타나느냐 하면 그런 것은 아니고, 어떤 사람은 조증만 반복적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우울증이 오래 지속되면서 간혹 약간 들뜨는(경조증)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경과가 너무 다양하기 때문에 학자들도 양극성장애를 분류하는데 다양한 의견이 있을 정도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울증은 우울한 증상이 지속되다 치료를 해서 좋아지면, 정상적인 기분으로 잘 지내게 됩니다만, 우울증 환자는 기분이 들뜨지는 않습니다. 물론 회복되면 즐거움도 느끼고 병전처럼 지내게 되지만, 정상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들뜨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조울증은 타입에 따라 약간 들뜨는 경조증이나, 심하게 들뜨는 조증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조울증환자는 우울하지는 않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지요. 사실 조울증 환자도 조증이나 경조증의 시간보다는 우울한 시기가 훨씬 길지요. 그래서 때로는 많은 사람들이 조울증인데도 우울증인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울한 경우가 많지만 때로는 들뜨는 시기가 나타나는 경우, 조울증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의 증상은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우울한 증상과 비슷하며,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일 조울증이 울증으로 시작한다면, 그것은 우울증과 어떻게 구별할까요? 이것은 전문가도 고민하게 만드는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실제 조울증도 울증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의 증상은 우울증 부분에서 설명드렸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조증에 대해 주로 말씀드릴께요.
조증삽화는 고양되고 과대하거나 과민한 기분이 조증삽화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기분 상태입니다. 환자를 모르는 사람은 환자의 평소와 다른 기분상태를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같이 환자를 잘 아는 사람들은 환자의 기분 상태가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기분 : 대부분의 환자들은 초기에 행복감에 도취되었다가 질환의 경과가 진행될수록 과민한 기분으로 변화하기도 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안 될 때는 분노의 감정과 적개심을 곧바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기분의 기복이 심해 들뜨다가 바로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 언어 : 목소리가 커지고 말이 빠르고 많으며 과장과 강조가 심합니다. 심하면 언어가 매우 지리멸렬하여 앞뒤가 맞지 않은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 사고 : 조증 환자의 사고내용은 자기확신과 자기과장을 주제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증환자는 주의가 산만하고, 생각의 속도가 빠르며, 한 생각에서 다른 생각으로 쉽게 옮아갑니다. 많은 환자에서 망상이 발생하며, 그 내용은 대개 자신이 아주 부자이거나 특별한 능력과 힘을 가졌다고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 충동조절 : 조증 환자들은 술을 과도하게 마시거나, 이른 아침이나 밤 늦게 잘 모르는 사람에게 전화를 하는 등 무절제한 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현실성이 없는 새로운 사업에 몰두하기도 하고, 단시간에 많은 돈을 쓰는 쇼핑에 몰두하기도 합니다. 병적인 도박에 몰두하기도 하죠. 또 조증 환자의 약 75% 정도는 공격적이거나 위협적이기도 합니다.
- 판단력과 병식 : 조증환자는 현실판단이 제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은 신용카드, 성적인 활동 및 경제적 상황과 관련하여 절제할 줄을 모릅니다. 그로 인해 가족까지도 경제적인 파산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조증 환자들은 자신의 병에 대해서도 병식이 거의 없습니다.
- 신뢰성 : 조증 환자들의 이야기는 거의 신뢰성이 없습니다. 그러나 초기에는 현실감이 어느 정도 유지될 때는 자신만만한 태도 때문에, 환자의 말이 사실일거라고 믿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조울증의 경과는 너무 다양합니다. 그래서 양상의 분류에도 학자마다 의견이 다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기본적인 구분을 해 본다면, 양극성장애 I형, II형, 기분순환장애, 그리고 달리 분류되지 않는 양극성장애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I형은 조증이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1번이라도 조증이 나타나면 I형으로 분류되는 것이지요. 물론 대개는 우울증이 길지만, 뚜렷한 조증의 과거력이 있습니다. I형은 유전적인 경향이 많으며, 환자의 가족 중 조울증이 나타날 확률은 정상인에 비해 8~18배 정도 높습니다. 평생 유병률은 1%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II형은 우울증이 주로 나타나지만, 들뜨지만 심하지는 않은 경조증이 동반되는 경우입니다. 주로 우울증이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 때문에 정작 본인은 자신이 우울증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세히 면담해보면 경조증이 드러나게 되는 경우입니다.
기분순환장애는 II형의 약한 형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조증과 경한 우울증이 장기간 반복되는 것입니다. 기분의 변화는 불규적적이고 갑작스러우며 수 시간 내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기분의 변화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환자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때로는 기분의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느낍니다. 과민한 시기에는 친구나 가족, 직장 동료와 이유없이 논쟁을 벌여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달리 분류되지 않는 양극성장애는 위에서 말한 여러 가지 경우외의 다양한 경우로 잘 지내다가도 갑자기 기분이 불안정해 지거나, 별것 아닌 일로 감정이 조절되지 않아 화를 참기 어려운 경우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며, 주로 부부관계나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울증의 단기 및 장기치료는 약물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증상의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약을 조절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조울증은 재발의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므로, 약을 규칙적으로 그리고 장기간 꾸준히 복용하여야 한다는 것을 환자 뿐만 아니라 가족도 알고 있어야하며, 협조해야 합니다.
정신치료 역시 질병의 전 기간에 걸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정신치료에서는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재발하게 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인자가 개인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질병 자체로 초래된 정신적인 부담, 대인 관계 등을 다룹니다. 결과적으로는 환자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줌으로써 병에 대한 방어능력을 키워가는 것이지요.
우울증의 증상을 보이더라도, 어린 나이에 발병하거나, 수면과다 혹은 심한 정신운동지체를 보이거나, 산후 우울증이나 항우울제 치료에 의해 경조증이 유발된 적이 있는 경우, 그리고 양극성 장애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양극성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I형의 예후에 대한 연구에서는 병전 직업 상태가 좋지 않거나, 알코올 의존이 있는 경우, 정신병적 양상, 삽화 사이에 우울증이 있는 경우, 남성의 경우가 예후가 좋지 않으며, 조증 삽화의 기간이 짧거나, 늦은 발병, 자살사고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 그리고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또은 내과적인 문제가 동반되지 않은 경우는 예후가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조울증은 재발을 잘 할 수 있는 병이므로 재발을 예방하는 데 노력해야합니다.